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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서 혼자 캠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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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에서 혼자 캠핑하기

 

 

안녕하세요 say캠핑입니다.
저번주에 이어 이번주도 장마비로 폭우가 쏟아졌다!
우비를 입어도 안쪽까지 홀딱 젖고 말았다🤣🤣
그래도 다음 날은 해가 들어 타프랑 텐트 잘 말리고 안전 캠핑하고 왔다.

캠핑에서는 물조심
캠핑 중에 폭우가 쏟아질 때

캠핑이라고 하면 보통 아늑하고 바람 좋은 곳에서 쉬는 장면들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휴가 날은 1년 중 가장 덥고 습한 날, 혹은 너무 추워서 움직일 수조차 없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조금만 움직여도 짜증부터 나는, 그런 날들을 쏙쏙 잘도 골라서 휴가를 주는 것이 이 나라의 기업 문화라는 걸 일찍이 배웠다.

저번주에는 서울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심장까지 얼어 붙는 맹추위조차 결국 다음 계절에 주도권을 내어주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처음으로 배달 알바에 나섰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많이들 한다길래. 그래도 혹여 누군가 만만하게 볼까봐 검정색 트레이닝복과 모자 차림으로 나름대로는 시크하게 자전거에 올랐다.

분명 자전거를 타고 배달할 것임을 알고 있을 텐데, 배달 어플은 자꾸만 4km가 넘는 거리를 배정해 주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해야지.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저 동네에서 이 동네로 건너 다니며 음식을 날랐다. 오르막길에서는 도저히 무리라고 외치는 자전거에서 내려, 손으로 질질 자전거를 끌고 한 돈가스집에 도착했을 땐. 내 몸통만 해 보이는 5인분치 돈가스와 국물을 건네어 받았다.

이런 건 자전거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배정하라고. 쿠팡이츠에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나 '죄송합니다. 그래도 배달이 미완료이니 여기까지 오신 배달비는 없어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4km나 되는 도로를 달리며 흘린 땀방울의 대가는 0원. 돈가스집을 빈 손으로 나선 그땐 폭포처럼 소나기가 쏟아졌다. 자전거를 타고 다시 나의 동네로 돌아가야 하는데, 배달도 못하고 돌아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배터리도 얼마 없어서, 혹시 가다 길을 잃을까 싶어 휴대폰을 넣어두고는 내리는 소나기를 그저 바라보았다.처음에는 머리도 자전거도 다 젖게 만든 녀석이 야속했는데, 땅을 파고들 것처럼 야심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캠핑에서 처음으로 폭우를 마주했던 어린 시절이다.

그 시절의 나는 작았다. 바닥과 키가 가까운 나이일수록 비는 더욱 무섭다. 조금만 차올라도 빗물이 발목까지 덮어 버리고, 비가 바닥을 내려 치면서 생기는 소리가 더욱 매섭기 때문이다. 까마득한 산 속, 캄캄한 밤. 텐트 속에서 우리 가족도, 아빠 친구의 가족도 다들 새근새근 자고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장소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잘자던 나마저 빗소리에 잠에서 깰 정도였다.

스윽 밖을 둘러 보니 이미 주변에 텐트를 친 사람들 모두가 일어나 있었다. 텐트를 친 곳은 계곡 옆이었기에, 그냥 잘 것인지 텐트를 옮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물론 아직까지 계곡물과 텐트 사이의 여유 높이는 많았다. 캠핑 경험이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안심시키며, 빗줄기가 지나갈 물길을 만들었다. 물길만 만들면 비가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그냥 자도 된다며 토닥였다.

몇몇 아이들은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서는 다시 눈을 비볐다. 그러나 겁에 질린 나는 혼자 텐트에 들어가서 내 노란 가방을 챙겨 나왔다.

'다들 안 갈 거면 나 혼자라도 갈 거다! 이러다 진짜 죽는다!'

다섯 살도 안 된 꼬마가 아빠한테 차 키를 달라며, 자기 혼자서라도 이곳을 벗어나겠다고 큰소리를 뻥뻥쳤다. 정말 나는 혼자라도 갈 생각이었다. 넘실거리는 계곡물이 곧 여기까지 차오르고, 그 계곡물에 여기 있는 텐트 전부가 쓸려 가 이 산을 둥둥 떠돌 것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야만 했다.

한참을 나를 설득하고, 달래어 보더니 영 협상이 안 되었는지 포기하기로 했다. 이렇게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잘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텐트 위치를 다같이 위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 야밤에 망치를 들고 텐트를 고정해 둔 못을 빼고, 짐도 빼고, 텐트도 빼고, 어찌어찌 산의 더 위쪽으로 이동했는데. 동시에 산에는 비상 경보음이 울리며, 산의 아래쪽에서 캠핑 중이신 시민은 모두 대피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 날, 다들 깊은 잠에 들어 폭우 속에 단잠을 잤다면 지금 이 세상에 우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날, 내가 더 어려서 말도 못하는 나이였다면 모두 서로를 안심시키며 다시 잠을 청했을 것이다. 산에서는 불조심, 해야 하지만 캠핑에서는 물조심이 기본이다. 물줄기가 굵어져 '어라. 이거 위험하겠는데?' 하는 순간에는 이미 늦는다. 자연 속에 몸을 맡기기 위해서는 감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도시 속에서 우리를 지켜주던 날씨 예보도 빗나가는 곳, 씨씨티비도 경찰도 구급차도 없는 곳.

편하지만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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