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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어느 날 - 10월의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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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어느 날]

-이성진-
가을꽃 무르익는 강가에
맑은 하늘 섬섬히 흔날리는 코스모스
고추잠자리 나풀나풀 때지어 춤을 추면
풍성한 열매 넉넉한 정겨움이 넘쳐나고
화려한 단풍이 물결쳐 온산을 덮어
들에 핀 꽃도 강가의 어여쁜 당신도
세상의 모든 사랑 가득 담아
펼쳐서 주신 고운선물
언덕에 올라 가쁜 숨 고르고
웃음으로 반겨주는 풀꽃들
갸우뚱 눈 부비며
몇 번이고 더 보면
정신없이 살아온 인생
잠깐 멈추어 쉬어가라고
넓은 마음으로 사랑하라고
속삭이며 말을 합니다
 
 

[10월의 시 모음]

산뜻한 가을바람에 높고 푸른 하늘 위로

흰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염 속에서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습니다.

어느덧 9월도 다 가고 풍요한 결실의 달 10월이

찾아옵니다.

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마음의 안식을 찾는

건강한 10월이 되길 바라며 10월에 관계되는 시

몇 편을 올려봅니다.

시월에 생각나는 사람

최정원 / 시인

풋감 떨어진 자리에

바람이 머물면

가지 위 고추잠자리

댕강댕강 외줄타기 시작하고

햇살 앉은 벚나무 잎사귀

노을 빛으로 가을이 익어갈 때

그리운 사람

그 이름조차도 차마

소리내어 불러볼 수 없는

적막의 고요가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지

오지 못할

그 사람 생각을 하면

 

10월의 시

이정순 / 시인

달빛 쏟아지는 가을밤에

나는 왜 이리 쓸쓸할까요

바람에 낙엽이 뚝뚝 떨어져

공원 벤치를 덮어 버립니다

밝은 달빛에 그 옛날 추억이

살그머니 뇌리를 스치는 군요

아! 가을은 슬픔이었나

내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움하나

영원히 잊쳐 지지 않는 추억입니다

시월(十月)

황동규 / 시인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 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 한 탓이리.

4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丹靑) 밖으로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 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하는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 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10월 엽서

이해인 / 수녀, 시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10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 시인

운명이란 걸 믿지 않았기에

인연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영원을 알 수 없었기에

순간으로 접었습니다

스치는 바람인 줄 알았기에

잡으려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머문다는 것 또한

떠난 후에 남겨질 아픔인 줄 알았기에

한시도 가슴에 담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숨바꼭질하듯

그대가 나를 찾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10월의 거리로 가겠습니다

꿈을 꾸듯

그대를 부르며 달려가겠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슴을 활짝 열고

가을숲 그대 품에서

10월의 사랑을 꿈꾸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말입니다

10월의 편지

 

목필균 / 시인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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